120202

1. 오랜만에 하는 포스팅. 요 근래 같은 반 애들과 친해져서 저녁을 같이 먹거나 그랬더니 어느새 들어오는 시간도 늦어졌다. 게다가 저번주 토요일에 새로운 호텔로 이사도했고. 그래서 사야될것도 해야될 것들도 늘었다. 또 영어 부분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가서 그걸 감당하기 위해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수업중 내용은 점점 어려워져만 가고(점점 어려운 주제에 대한 토론을 시킨다. 저번에는 이민에 관한 의견을 내놓는 거였고 오늘은 양심적 정의에 대한 주제였다. 나도 원래 성격상 토론을 좋아하고 말로 싸우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마구마구 내 생각을 내놓고 싶었다. 솔찍히 하버드의 “정의”란 강의를 보고나서 생각한 것도 많았기 때문에 더 많이많이 얘기하고 싶었따.

노력해서 얘기해보았지만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생각들과 자꾸만 튀어나올려고 하는 일본어와 중국어 - 한국어는 무의식적으로도 알아서 막아주었지만 - 가 날 짜증나게 만들었다. 

오늘 같은반 여자 둘 소피와 알렉스와 점심을 먹으면서 그 얘기를 했다. 내가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처음에는 발표도 잘 안하고 조용하게 있었지만 요즘은 서서히 말하고 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문제는 자기가 얼마나 틀리지 않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말을 할려는가가 중요하다고.

맞는 말 같다. 용기가 가장 중요하고 하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비록 많은 단어를 알고 있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하고 내 생각을 알리고 싶어하면 좀더 표현하려고 하고 또 집중하게된다. 

이번에 뉴욕에 와서 진짜 늘은건 영어 실력보다도 영어를 입밖으로 내려는 용기인것같다. 

2.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되어 가는 부분들이있다. 이러한 용기들이 이 곳에선 좋게 받아드려질지라도 일본에선 그저 하나의 잘난체거나 아는척으로 비춰질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건 양면이 있다. 내가 이곳에서 배워가는 여러가지 것들이 모든 곳에서 통용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히 그것들 중의 어떤 면은 엄청난 외면을 받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곳에와서 사람들의 친절함과 부드러움을 발견했다. 

그들은 오히려 더 순진하고 - 성적으로 그렇지 않더라 하더라도 더 해맑았다. 그들의 순진함은 눈빛에서 느껴져왔다. 자신의 것도 중요시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하려는 그 맑은 마음이 있었다. 아니 그건 내가 있는 반만 그럴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하고 서로 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걱정이된다. 약간의 개인적인 시간을 배려하면서도 또 신경써주는 그 미묘한 경계선이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무조건적으로 다 내보여야만 하는 한국인들의 사회에서 그것은 질타를 받을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들에게 익숙해져가고있다.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쉽게 적응해 나가지만 또 쉽게 영향을 받아버리고 또 귀속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아직 말이 되지 않아서 모든걸 다 표현할 수 없어서 답답할때가 많지만 그래도 진짜 좋다. 정말 좋다. 난 정말 사람 복이 많은 사람같다. 그건 진심.

3. 인복을 얘기하자면 정말 난 주변에 좋은사람이 너무 많은 것같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그들을 위해서 해준게 없는데 1초라도 10초라도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걸 알아준다는 것 자체가 정말 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거에 대해서 잘 알고있다. 아무리 하루종일 함께 했다고해도 꼭 날 기억해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인생이 있고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인생이 있다. 그런 인생의 흐름 속에서 나란 존재는 그저 잠시 지나갈 수도 있을 하나의 추억인 것이다. 길게 유지될 수도 있고 짧게 끝날수도 있으며 한순간이 될 수도 있다.

얼마나 함께 있었냐는 중요하지 않다. 1년을 함께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단 한마디도 안해볼 수도 있는 일이고, 단 하루만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동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나란 존재를 기억해준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날 그들의 인생 속에 포함시켜가고 또 그 흐름의 끈을 이어줄려고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난 감동한다. 그런데 문일선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 인식해주고 또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해주고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어한다는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깝다. 

이 수많은 사람이 살고있는 가운데 난 그들이 인생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4.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곳에서 생겨난다. 그들이 자신의 인생속으로 들이는 동안 나또한 그들에게 길들여져간다. 하지만 언제나 헤어짐의 순간은 찾아오게마련이고 그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온다. 

내일 어린왕자를 사와야겠다.